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반도체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14년만에 사상 최대인 5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의 언론들이 앞다퉈 한국 경제의 전례없는 무역적자에 우려를 나타내는 특집기사를 잇따라 게재하는 등 우리 경제에 위기감이 다가오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액은 10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수출이 감소한 주요 원인은 반도체 부진이 큰몫을 차지한다.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 감소와 가격하락 등의 영향으로 월간 반도체 수출액은 이달까지 5개월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출국 별로 보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액이 26.6% 급감했다. 대중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6개월깨 이어지고있다. 베트남(-20.6%), 일본(-12.2%), 대만(-22.0%) 등도 수출액이 줄어들었다.
아시아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한국 경제는 자동차와 선박에서 반도체 칩과 스마트폰에 이르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 경제 전문가인 중 페이텅 중국 사회과학원 국립국제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동아시아 포럼'에서 "올해 한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에 기여한 중요한 요인은 한국의 수출 감소"라며 "특히 반도체 관련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1~8월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대비 49.4% 감소한 362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한국 전체 수출의 7.7%를 차지했으며, 이는 지난해 17.7%에서 감소한 수치이다.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관련 제품 주요 수출국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한국 반도체의 40% 이상을 수입했다. 한국은 올해 첫 8개월 동안 중국에 122억 달러의 반도체를 수출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58.9% 감소한 수치이다. 중국시장 점유율은 40%에서 33.7%로 떨어졌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1992년 한국과 중국이 공식 수교한 이후로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경제가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지난 3년간의 엄격한 통제의 영향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반면 베트남, 대만,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반도체 관련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 무역의 절반 이상이 중국, 미국, 일본, 베트남, 대만과 이루어졌다. 이는 한국 전체 무역의 23.9%, 13.4%, 6.7%, 6.4%, 3.8%를 차지한다.
한국의 무역적자는 중국 탓만은 아니다.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도 한국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이다. 올해 1~9월 한국과 이들 국가의 무역 격차는 425억 달러에 이른다.
중 페이텅은 "중국의 산업기술 진보는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중요한 원인이며 중국의 對한국 무역적자는 2018년 959억 달러에서 2021년 606억 달러로 최근 몇년간 감소세를 보였다"면서 "따라서 한국은 중국과 보다 균형잡힌 교역관계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중 무역관계의 변화는 세계 정치 경제의 광범위한 변화를 반영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으로 인해 한국은 무역 관계를 다각화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코로나 예방 및 통제와 같은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 성장이 저해되고 있다.
미국 달러에 대한 한국 통화의 평가 절하는 한국 무역 적자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다. 원화는 올해 1월 초 이후 20% 이상 절하됐다. 마지막으로 절하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였다.
올해는 한국의 무역적자가 세 번째로 정점을 찍은 해다. 한국무역협회는 66년 무역수지 자료 중 39년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두 번의 한국무역 적자는 1996년 206억 달러로 첫 정점을 찍고, 2008년 133억 달러로 두번째 정점을 찍은 바 있다.
현재 한국의 무역적자는 암울한 세계 경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 수출 지향적인 경제 모델로 경제발전을 이룬 세계에서 7번째로 규모가 큰 상품 수출국이다.
경제 성장은 무역에 크게 의존한다. 올해 한국의 전례 없는 무역적자는 내년에도 더 큰 글로벌 경제 및 금융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여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내년에는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어려움은 상반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가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지난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전망치(2.5%)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 등을 통해 2% 미만의 성장률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제는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 IT 및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이 경제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수출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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