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일 간 외교의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소송 문제의 해법을 6일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에게 약 40억원을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우선 변제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식이다.
제3자 변제는 일본의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신해 재단이 우선 원고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당장 지연이자 등을 합쳐 약 4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포스코·KT&G·한국전력 등 대일 청구권 자금 수혜 기업 16곳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내놓을 강제징용 해법은 한일 협상의 결과물이라기보다 우리의 ‘정치적 결단’에 가깝다는 평가다. 일본 기업의 참여는 문을 열어놓고 추후 외교력을 펼치기로 한 가운데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악화일로였던 한일관계가 4년 4개월 만에 정상화 수순을 밟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 언론들은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일본의 원칙을 지켜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징용공 배상금, 일본의 경제 협력으로 은혜 입은 기업이 기부금 갹출’이라는 타이틀로 1면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 산하의 재단이 배상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용공에게 지불한다”며, “자금은 한국 철강 회사인 포스코 등의 기부금으로 마련하는데, 포스코는 1965년 일한 청구권·경제 협력 협정에 따른 일본 경제협력의 은혜를 입은 기업”이라고 보도했다.
정부가 내놓은 제3자의 기부금으로 우선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유일한 해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민법에서는 제3자 변제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행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채무자에 해당하는 일본 기업이 찬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일본 측은 일본 기업이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자신의 채무 존재를 인정한 것이 아니며 한국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인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1965년 한일 청구권·경제협력협정으로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결론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해결책은 이런 일본의 입장을 배려했다는 평가다.
일본 측은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가 매듭지어지면 일본 기업도 가입하는 일본경제단체연합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유학생 장학금 사업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일본 정부의 화답을 통해 양국 관계 개선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3월중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일 양국 현안 문제가 잘 매듭지어지면 양국 정상이 만나서 ‘과거사 문제의 매듭’을 풀고 관계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정부가 발표 예정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제3자 변제’ 배상안에 대해 “가히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자 오점”이라며 “민심을 저버리는 것은 결국 심판을 피할수 없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이 결국 역사 정의를 배신하는 길을 선택한 것 같다.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짓밟는 2차 가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일본 언론 매체들은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결책 발표에 맞춰 곧바로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 수출 규제 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2018년 말 우리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이듬해 7월 반도체 소재 3종의 수출을 규제하고 8월에는 수출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와 관련, 일본은 6일 우리 정부의 발표 직후에 이같은 규제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일본의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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